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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복지, 보편적복지

경향신문복지국가관련 기사 펌.

복지와 성장에 대하여 보수진영은 국가 복지를 강화하면 시장경제가 위축돼 성장이

느려진다고 말하고진보진영은 분배가 개선돼 내수시장이 튼튼해지기 때문에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복지와 성장과의 관계는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르고 일자리 창출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은

각 국가의 기존 제도와 정책( 미 컬럼비아 대학의 이사벨라 메어스 교수 )이므로 현재

한국경제의 구조 속에 국가복지의 영향을 구체적으로 짚어봐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는 구조적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재돌파에 경제성장률 6.2%(2010) 등 지표는 '성장'을 가리키는 반면

성장의 결실이 가족들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를 보여주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해

3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각 가정의 부채증가율(8.9%·2010)은 소득증가율(5.8%·2010)을 세 배 남짓 앞지르고 있다.

소득은 거의 늘지 않는데 부채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커지고소비여력이 없는 국민이 늘면 내수시장이 그만큼 위축되기 때문에 결국

경제성장의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안에서조차 "사회 양극화와 중산층 약화가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을 위협하고

있다"(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태의 근본원인은 '분배의 고리'가 끊어졌다는 데 있다.

국가는 수출형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선성장 후분배' 논리를 고수한다. 그렇지만

'선성장'한 대기업은 설비투자나 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소극적으로 '후분배'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당한 양의 물이 밑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복지 국가라는 이름의 전기펌프가 필요하다"

장하준 교수의 처방이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기펌프' 기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바닥 수준이다.

조세·복지정책을 통한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스웨덴은 지니계수(국민의 소득불평등 정도)

54.9%(2000) 개선했다. 같은 해 미국은 24.6% 개선했다. 하지만 한국은 고작 4.5%(2000)

개선하는 데 그쳤다.

한나라당, 시장원리주의자들과 대다수의 가난한 보수주의자들은 "공짜 복지 시리즈는

다음 세대가 먹고살기 위한 기반까지 잠식해가는 어리석은 일(오세훈 서울시장)"이라면서

"복지포퓰리즘이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지금 여기, 한국에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것은 오히려 분배되지 않는 구조다.

현정부의 토건정책의 실효성이 적고 그 해택 또한 소수에게 집중된다는 통계적으로 잘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2005~2010년 산업별 경제성장기여율(전 산업의 부가가치 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르면 건설산업의 성장기여율은 5.7% 정도지만 보건복지산업의 성장기여율은

18.6%. 일자리 창출에서도 같은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건설업에서는 14.3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사회서비스 영역은 21.9명의 일자리가 나왔다(2008년 기준).

도로,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일단 필요한 만큼 만들고 나면 그 이상은 경제적

쓸모가 크지 않은 탓이다.

반면 노인간병·아동보육 등 사회서비스 부문은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크다.

SOC 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의 실패는 일본에서 입증된 바 있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로 경제위기를 맞은 일본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였지만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일자리는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되레 경기침체가 장기화됐다.

국가 복지가 강한 유럽에서는 경기침체 시 내수시장이 얼어붙지 않는다.

연금과 실업수당으로 기본 소득이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위기상황에 유연해지는 것이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는 북유럽 국가들이 2009년 세계 경제위기를 가장 안정적으로 극복한

이유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경제체질과 안정된 정치·사회시스템 덕분"이라고

꼽았다.

다만 복지 확대의 경제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려면 "막대한 주택대출금, 사교육비 등 가정의

낭비적인 지출 요소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부가 복지를 "즐기는 것"(윤 장관), 즉 낭비로 보고 복지지출을 확대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재처럼 젊은이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허덕이거나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상태에

고령화가 진행 될 수록 미래 잠재성장력이약화될 것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2026년엔 노인인구가 국민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지금 한국의 노인 빈곤은 심각한수준으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중 빈곤층의 비율은 한국이 36.2%로 세계 최고다.

빈곤의 영향으로 노인 자살은 최근 10년간 3배 넘게 증가했다.

노인의 생활비·의료비는 결국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보수진영은 그 짐을 지금처럼 가족이 맡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구성원이 연대해 만드는

사회보험으로 노인부양을 부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를 함께 책임지자는 취지로 건강보험, 국가예산, 노인가족이 재원을 공동부담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빠른 안착은 긍정적 신호다.

김찬우 교수(가톨릭대)가 요양서비스를받은 노인의 가족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5.8%가 경제활동의 기회가 증가했고 84.7%는 신체적 부담이, 92%는 심리적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다.

공동부담 과정에서 세금이 더 늘 수는 있지만 미래의 노인부양 금액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는 절약인 셈이다.

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 '능동적 복지' 논리는일자리를 갖도록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생산적 복지이고 그렇지 않은 것(보편적 복지)은소비적 복지이므로 전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생산적 복지론은 영국에서 탄생한 '3의 길'과 얼핏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3의 길'이 대두된 영국에서는 이미 실직, 산업재해, 질병에

대비한 복지체계가 어느 정도 성숙돼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기본적인 복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실직과 재해에 무방비 상태인 노동자가 절반에 이르고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 사각지대 각각 58.9%, 40.9%) 고용보험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실업급여의 수준도 열악하다.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OECD 회원국 평균 54%지만 한국은

28%. 실업자 신세가 되는 순간 생활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일을 해도 임금이

중위소득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도 300만명에 달한다.

이 때문에 영국의 '3의 길'이나 그와 유사한 사회투자 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도

한국에서는 기본 복지체계를 완비하는 과정을 함께 거쳐야만 한다고 말한다.

김연명 교수(중앙대) "어떤 복지국가유형이든 소득보장제도는 복지국가의 기본"이라면서

"이 기본을 무시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복지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