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을 소비하다.
오늘날 커피전문점의 증가 역시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대한 갈증, 즉 '사회적 관계' 욕구로 해석되곤 한다.
김난도 교수(서울대 소비자학)는 "우리나라는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유행·명품 등 쿨한 이미지를 띠는 커피전문점이 관계를 맺는 만남의 장소였던 빵집·다방 등을 접수하고 있는 형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의 <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 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을 혼자 방문하는 경우는 14%에 그치지만, 친구·동료·연인 등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경우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들의 절대다수는 '커피 가격이 비싸다(86%)'고 생각한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사람들은 커피의 맛과 가격보다는 사회적 관계의 장소로 커피전문점을 소비하고 있다고 분석 할 수 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학원가에 위치한 커피전문점은 전형적인 '사랑방' 구실을 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네거리 스타벅스 대치점이 입주한 건물 위층에는 각종 학원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아르바이트생은 "30~40대 아주머니들이 학부모 모임 하러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특히 학부모 모임이 잦은 학기 초가 되면 미리 자리를 예약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학부모가 다른 학부모와 함께, 혹은 학원 강사들을 만나 사교육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주요 장소가 커피전문점이 되면서 '아카데미맘'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커피전문점은 사랑방이 아닌 '개인 놀이터'의 기능도 수행한다. 앨런 쿠페츠 교수(미국 롤린스 대학 크라머 경영대학원)는 지난해 여름 < 파이낸셜 뉴스 > 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커피 문화는 독특하다. 한국인에게 가정은 가족이 머무르는 곳이고, 직장은 생계를 위한 공간이다보니 커피전문점이 집과 직장의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주는 제3의 장소로 기능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그는 뛰어난 인터넷 접속 환경을 주목하며 한국의 커피전문점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커피전문점을 '제3의 장소'로 바라본 그의 분석 틀을 빌리면 사무실 밀집지역의 커피전문점 주요 고객인 '코피스족(coffee+office:카페를 일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들)'과 대학가 커피전문점 주요 고객인 '카페브러리족(cafe+ library:카페를 도서관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이 설명된다.
커피 값으로 5000원 정도만 지불하면 몇 시간이고 무선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공간이 크다보니 눈치 보지 않아도 되니 작업(공부)하기에 이만한 공간이 또 없다. 이러한 소비자의 필요를 반영해 24시간 영업하는 커피전문점도 늘어나고 있다. 24시간 영업 매장인 탐앤탐스 홍대점의 경우 매출의 절반 정도가 야간 시간에 발생한다. 홍대 앞이라는 매장 위치의 특성상 프리랜서와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카페베네는 매장을 찾은 고객을 묶어두는 전략을 구사한다. 마시는 '커피'보다 먹는 '카페'라는 공간에 주목한다. 커피 외에 벨기에 와플과 이탈리안 아이스크림 그리고 오곡 음료·홍삼·식혜 등 웰빙 음료도 내놓았다.
카페베네는 책을 구비하고 당구대를 설치해서 놀기 좋은 카페를 만들었다. 애초에 카페베네는 고객들의 지친 발을 쉬게 하자며 슬리퍼를 주는 방안까지 강구했다. 슬리퍼 발주까지 마쳤지만 점주들의 완강한 반대로 이 계획은 무산됐다고 한다. 카페베네는 자리마다 콘센트를 달아 자유롭게 노트북을 사용하도록 했고, 매장에 최신 기종 컴퓨터를 설치했다. 한두 테이블에서만 노트북 사용이 가능한 게 보통인 일반 커피전문점과는 스케일이 달랐다. 지난해 스마트폰 열풍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폭발적 증가는 와이파이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의 성장을 견인했다. 카페베네 압구정점의 한 점원은 "인터넷을 하려고 카페에 들르는 고객이 1년 전에 비해 서너 배 이상 늘었다"라고 말했다.